가을시 한 편 | 국화 옆에서 _ 서정주
2021. 10. 31. 10:52ㆍ좋은글&좋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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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아침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시는 시일 뿐......
계절에 맞춰 그냥 가을에 피는 꽃이려니 했다.
오늘 문득
넌 어쩌면 봄부터 준비하고 있었겠다 생각을 한다.
그래서 더 그윽한 향기를 지니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꽃들이 다 지고 갈색으로 타들어가는 늦가을 쓸쓸하지 않도록
그래서 애써 꽃망울 감추고 있다
가을이 서럽지 아니하도록 피었나보다.
시인은
내 누님같은 꽃이여~ 라고 했는데
나는 동생에게 국화처럼 청초한 모습일까?
그윽한 향기를 전하고 있을까?
오늘은
국화 향기 같은 안부라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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