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좋은시] 나태주 시인의 멀리서 빈다
2023. 10. 27. 20:29ㆍ좋은글&좋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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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 한 편
멀리서 빈다
- 나 태 주 -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중에서)
좀 더 기다려주지.....
가을비는 왜
아직 지지 않은 단풍들마저 데려 가려는지
가을비가 내리는 잿빛 가을 주말입니다.
단풍마저 떨구고 나면 가을은
휑한 찬바람에 더욱 스산해지겠지요.
거리에는 낙엽이 뒹굴고,
마음은 텅 빈 운동장처럼 공허함만 가득차겠지요.
길 떠나는 낙엽처럼,
애써 붙들어둔 마음도 먼 -길 떠나기라도 하려는 듯
어김없이 쓸쓸함이 엄습해 오겠지요.
쓸쓸함 뒤에는
아픔이라는 상처가 남기에
시인은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고
멀리서 빌었나 봅니다.
쓸쓸히 낙엽 뒹구는 허허로움 속에서도
꽃처럼 활짝 웃는 너로 인하여 눈부신 아침이 되고
잿빛 가을 속에서도
풀잎처럼 숨쉬는 나 한 사람으로 인하여 고요한 저녁이 오는
그
리
하
여
너와 내가 공존하는 세상에
눈부신 아침과 고요한 저녁이 있기를
시인은 이 가을의 쓸쓸함을 알고
그렇게 빌었나 봅니다.
시인의 마음을 빌려 나도
내 그리움이 닿는 마음 가에
종이배 띄우듯
시인의 안부를 전해 봅니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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