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4. 18:14ㆍ풍경쌤의느린여행
1004섬 신안에 있는 섬티아고 순례길을 다녀 왔다.
세계적인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섬티아고 순례길은 섬과 섬을 잇는 노두길을 따라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탐방하는 순례길이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이름을 딴 12개의 작은 예배당은 젊은 예술 작가들의 재능 기부로 만든 작품으로 국내 예술가 뿐 아니라 외국 예술가도 참여했다고 한다.
섬과 섬 사이의 길은 하루에 물이 두 번씩 차고 빠져서 썰물 때에만 건널 수 있는 노두길이라 물 때를 잘 맞춰 가야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섬과 섬 사이 노둣길을 활용해 순례길을 만든 발상이 참 신선했다.
밀물때에는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배우고,
인적이 거의 없는 길에서 혼자서 걷는 수행자의 길에도 서 보고,
바닷물이 빠지고 난 후 드러나는 갯벌은 사람이 범접하지 못한 태고의 신비로움까지 보여 주니 한 번쯤은 그 길 위에 서서 순례자의 마음으로 걸어볼만 하다.
밤새 산악회 리무진 버스를 타고 신안 송공항에 도착,
소악도로 들어가는 첫 배를 기다리며 둘러본 송공항의 새벽 바다는 고요했다.
어렴풋이나마 불빛이 새어나오는 다리가 천사대교라는 것을 알 것 같다.
여객선 터미널이라고 해도 큰 규모도 아니고 한산했다.
이번 일정이 빠듯해서 가이드는 송공항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를 권했는데 아침 식사가 준비된 식당이 없어 할 수 없었다.
섬 여행은 배 시간에 따라 많은 변수가 생기는 것 같다.
예정대로라면 첫 배를 타고 들어가서 3시 배로 돌아오는 건데, 돌아오는 배편 예약이 안되서 11시 30분에 나와야 한단다.
송공항에서 운항하는 천사아일랜드호 운항시간표
입출항 시간은 조류 및 풍속 등 해상의 기상 변화에 따라 다소 빠르거나 늦어질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천사대교가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소악도로 가는 길에 섬들은 병풍처럼 빙 둘러 있고, 바다와 하늘 사이에 천사대교가 마치 하늘을 떠받들듯 놓여 있다.
바로 다리 아래를 지날 때에는 그 위용에 또 한 번 놀랐다.
소악도로 가는 배는 당사도에 잠깐 경유했다 다시 소악도로 향했다.
당사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암태면에 딸린 섬으로 동경 126°11′, 북위 34°53′에 위치하며 면적 4.38km2, 당사도는 당(堂)이 두 개 있고 마을 뒤에는 모래가 많아 당사(堂沙)라 하였다고 한다.
소악도가 가까워지자 멀리 예배당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나중에 걸으면서 봤더니 바로 소악도와 소기점도 노두길에 세워져 있는 러시아 정교회를 본뜬 마태오의 집이었다.
송공항에서 타고 들어온 배는 소악도(소악도항은 소악도가 아닌 진섬에 위치)라는 낯선 섬에 나를 내려 놓고 인사도 없이 돌아가고, 나는 드디어 신안 순례자의 길 섬티아고 12사도길에 들어섰다.
송공항 여객선터미널에서 6시 50분 출발하는 첫 배를 타고 당사도 선착장을 거쳐 소악도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이니 50분이 걸렸다.
네 개의 섬을 3시간에 다 둘러보려면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며 자신이 없으면 몇 코스를 빼고 걷기를 권하셨는데,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고, 한편으로는 짧은 시간 안에 다 둘러 볼 수 있을까? 걱정도 앞선다.
방랑자에서 순례자로 순례자의 섬에 온걸 환영한다는 인사를 받으며 순례길에 들어섰다.
나는 순례자~~
바빠도 눈에 띄는 건 보고 가야쥐~~
앞바구니에 노란 개나리를 실은 꽃분홍 자전거에 쉬랑께~~ 순례자의 카페란다.
차 한잔 마시고 쉬면서 여정을 체크하고 출발해도 좋겠지만 나는 지금 그럴 시간이 없다는 것!
바다 밑바닥이 드러난 소악도는 바다라는 느낌보다 아득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으로의 시간여행을 떠나온 느낌이었다.
물 빠진 바다에는 사람도 없고, 배들도 미동이 없다.
시간도 잠시 멈춰선 듯 한 신안의 고요함에 평화가 깃든다.
그렇게 걷는 길에서 12사도길 10 칭찬의집 유다 타대오의 집이 나왔다.
10. 칭찬의 집 / 유다 타대오의 집
작은 예배당에 성경책과 촛대가 놓여있었다.
유다 타대오의 집에서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창문의 장식들
천사와 소라가 닮은 듯 하다.
유다 타대오의 집을 지나 또 걷다 보니 11번 시몬의 집이 보인다.
10. 사랑의 집 / 시몬의 집
예배당 앞과 뒤가 뚫려 있어 예배당 위에 바다까지 훤히 보인다.
포토존!
저 의자에 바다를 보고 앉고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괜찮을 것 같다.
진섬에서 노둣길을 따라 예수님을 팔아 넘긴 가롯유다의 집이 있는 딴섬으로 향한다.
12. 칭찬의 집 / 가롯유다의 집
예배당의 모형이 잘 갖춰진 가롯유다의 집 작가는 손민아 작가의 작품이다.
가롯유다의 집은 섬티아고 순례길 12번 코스에 속한다.
종을 치고 있는 순례객이 보인다.
섬티아고 순례길에는 순례길을 시작하는 베드로의 집과 마지막 가롯유다의 집에 종이 있다.
순례자들은 순례길을 시작하며 종을 치고 순례길을 마치고 종을 친다.
대기점도선착장에서 출발하면 1번 베드로의 집부터 차례대로 올 수 있는데, 우리는 소악도항에 내려서 시작하다 보니 10, 11, 12번 집을 지나 대기점도선착장이 있는 1번 베드로의 집에서 순례를 마치는 코스이다.
딴섬에서 9번 집으로 가는 길은 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와 10번 타대오의 집에서 왼쪽으로 가야 한다.
순례자의 길에는 섬 사람은 보이지 않고 여행객들만 보인다.
진섬에서 소악도를 연결하는 노두길~
섬 왼쪽 끝에 보이는 작은 야고보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다.
길은 섬과 섬 사이도 잇고, 사람과 사람 사이도 대화로 이어 준다.
이런 길에서는 더 천천히 보폭을 맞춰 걸으면 좋으련만^^
가는 길에 이정표인지 조형물인지 암튼 눈에 띈다.
왼쪽이 진섬 오른쪽 섬이 가롯유다의 집이 있는 딴섬, 조금 전 저 섬 사이 노두길을 걸었었구나!
9. 소원의 집 / 작은 야고보의 집
프로방스풍의 아담한 건축물
지붕과 벽 통나무 기둥의 곡선이 아름답다.
문 기둥도 곡선이고, 지붕 아래 물고기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도 곡선으로 아름답다.
앞에서 보았을 때 곡선이 옆에서 보니 물고기의 유선형이었다.
또 하나 독특한건 오른쪽 빗물통과 빗물받이 받침.
소원의 집에서는 소원을 하나씩 적어두고 가도 좋으련만.
작은 야고보의 집을 나오면 산 언덕으로 이어진다.
마태오의 집으로 가는 길은 소악도 섬을 횡단하는 코스이다.
푹신푹신한 흙길을 밟으며 약간 오르막길을 지나면 왼쪽으로 탁 트인 바다가 바로 눈앞에 펼쳐 진다.
사실 여기서 코스를 잘 못 선택한 것 같다.
소원의 집을 지나 빨간색 화살표로 갔었다.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갔으면 길도 더 편하고 가는 길에 교회와 증도초등학교 소악분교도 볼 수 있었을텐데......
진섬과 딴섬이 더 멀리 보인다.
저 아래로 잠깐 내려가 보고 싶었는데 내가 꼴찌인것 같아 내려 갈 수가 없었다.
앞서 간 남편도 보이지 않고......
지난 겨울 엄지발가락을 다쳐서 아직 내리막길이 불편하다 보니 오르막내리막에서 내 걸음이 더뎌진다.
다행이 멀지 않은 곳에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섬티아고 순례길에는 혼자 걷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혼자 걷는 사람들이 더 멋있어 보인다.
소악도항이 있는 진섬에서 딴섬으로 다시 진섬으로 와서 소악도를 지나 이제 앞에 보이는 소기점도로 향한다.
소기점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에 딸린 섬으로 목포항에서 북서쪽으로 24km 떨어진 해상에 자리 잡고 있으며,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에 딸린 섬이다. 면적 0.2km, 인구는 7가구, 13명이다.
오른쪽으로 예배당이 보인다.
소악도로 들어오는 배 안에서 보았던 예배당의 모습이다.
8. 기쁨의 집 / 마태오의 집
소악도에서 소기점도를 잇는 노두길을 따라 걷는다.
하루에 두 번 길이 열린다는 노두길인지라 밀물 시간 3~4시간은 바닷물이 차올라 갈 수 없다고 한다.
화려하고 독특한 건축물인데다 노둣길 중간에 있어서 멀리서 봐도 한 눈에 잘 보인다.
황금계단을 따라 예배당으로 올라가는 남편의 뒷모습
꽃길보다 황금길을 걷기를.
* 황금계단을 오를 때 미끄러울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열린 공간은 사람에게 뭔가 희망을 주는 것 같다.
예배당 안에서 좁은 문 틈으로 내다보는 섬마을이 예쁜 그림같다.
다른 문으로 바라보면 카페도 보인다.
노둣길을 건너와 소기점도로 건너 왔다.
조심! 만조시 통행금지 라고 쓰여진 표지판에 적힌 내용
이 노둣길은 밀물이 되면 물에 잠깁니다. 물이 찰랑거려서 길이 보인다고 할지라도 물살이 세고 파래 등으로 매우 미끄럽습니다. 물이 차면 모든 차량은 물론, 사람도 절대로 건너 가시면 안됩니다. 약 3~4시간 후에 물이 빠집니다. |
소기점도에서 바라본 소악도
게스트하우스도 있고, 카페도 있고, 장거리 여행길에서 꼭 필요한 화장실도 있다.
나도 여기서 좀 쉬어가야지.
12사도의 길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걸으면 정말 좋은 길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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