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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좋은시

[겨울시] 도종환 시인의 겨울 나무

by 풍경쌤 2025.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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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 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 도종환,『부드러운 직선』(창작과비평사, 1998)

 

 


낭송 영상시

겨울나무 - 도종환

 

https://youtu.be/0NtBeZBLmug?si=Ppkt9sEVyQvFoDPE

 

 

 

 

"아버지 내 약속 잘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영화 '국제시장' 속 윤덕수의 독백이다.

 

 

어린 나이에 6.25 전쟁을 겪고

파란만장한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다 겪은 주인공 윤덕수의 세대

잎새 다 떨구고 홀로 외롭게 서 있는

쓸쓸한 겨울 나무같다.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굳센 겨울 나무같다.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는

텅 빈 가슴의 겨울 나무같다.

 

 

 

 

“당신 인생인데 왜 그 안에 당신은 없느냐”

주인공 아내의 말처럼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

흥남부두에서 손을 놓으며

아버지가 일러주신

“이제 니가 가장이다. 가족을 잘 지켜야 한다.”

그 말씀을 지키기 위하여

앞만 보고 달려오신

그 인생!

 

 

 

 

"아버지 내 약속 잘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독백이었지만 가장 큰 소리로 들려 왔다.

그의 가슴속의 말이 가장 큰 울림이 되어 들려왔던

우리 아버지의 세대가 저 겨울 나무 같다.

그 굳셈이

그 강인함이 나를 슬프게 한다.

지금 가진것 이라곤

힘 없는 목소리

쇠약해진 몸뚱이 뿐인데

격동의 세월을 헤치며 살아온 그 힘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아버지 내 약속 잘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약속!

가장의 무게!

이 대사 한 마디가 답이 아닐까?

 

 

 

 

 

 

겨울나무 해설을 찾아보다

우연히 나와 생각이 같은 (이기원 기자)글이 있어 캡처했다.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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