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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좋은시

[낭송시] 겨울나무 - 도종환

by 풍경쌤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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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 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 도종환,『부드러운 직선』(창작과비평사, 1998)

 

 

낭송시 | 겨울나무 ... 도종환

 

 

두꺼운 옷을 껴 입어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추운 겨울

 

그 많던 잎 하나 남기지 않고

벌거벗은 몸을 가눈 채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겨울나무를 보면 떠오르는 시

 

도종환의 겨울나무

 


 

윤제균 감독 영화 국제시장

겨울 나무를 보면 

윤제균 감독의 작품 '국제시장' 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오버랩된다.

 

어린 나이에 6.25 전쟁을 겪고

파란만장한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다 겪은 주인공 윤덕수 세대의 아버지들이

잎새 다 떨구고 홀로 외롭게 서 있는

쓸쓸한 겨울 나무같다.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굳센 겨울 나무같다.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는

텅 빈 가슴의 겨울 나무같다.

 

“당신 인생인데 왜 그 안에 당신은 없느냐”는 주인공 아내의 말처럼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 흥남부두에서 손을 놓으며 아버지가 일러주신

“이제 니가 가장이다. 가족을 잘 지켜야 한다.”

그 말씀을 지키기 위하여 앞만 보고 달려오신 그 인생!

 

"아버지 내 약속 잘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영화 국제시장 주연 윤덕수(황정민)

독백이었지만 가장 큰 소리로 들려 왔다.

그의 가슴속의 말이 가장 큰 울림이 되어 들려왔던

우리 아버지의 세대가 저 겨울 나무 같다.

그 굳셈이

그 강인함이 나를 슬프게 한다.

 

힘 없는 목소리

쇠약해진 몸뚱이

 

격동의 세월을 헤치며 살아온 그 힘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아버지 내 약속 잘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약속!

가장의 무게!

이 대사 한 마디가 답이 아닐까?

 


겨울나무 해설을 찾다 우연히 나와 생각이 같은 글이 있어 캡처했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0057251?sid=103

 

도종환 시인의 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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