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6. 11:39ㆍ좋은글&좋은시
첫눈 오는 날 그대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며 사랑에 빠진 겨울 나무들,
마냥 기다리는 일이 쓸쓸함이 아닌 즐거움이라고
겨울 시 : 겨울 숲에서 / 안도현 시
영상제작 : 진주쌤컴교실 / 낭송 : 김양경
겨울 숲에서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 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 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리겠다는......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 쓰고
눈사람이 되어 그대 오기를 기다리겠다는 시 속의 주인공은
아마 이런 모습일까?
춥고
바람 불고
쓸쓸해도
그대를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 다행이다.
봄을 기다리는
겨울 나무들도
지금 그런 사랑을 하는 중이란다.
아!
그래서
쓸쓸해 보이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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