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시루에 물을 줍니다.
물은 그냥 모두 흘러내립니다.
퍼부으면 퍼부은 대로
그 자리에서 물은 모두 아래로 빠져 버립니다.
아무리 물을 주어도
콩나물 시루는 밑빠진 독처럼
물 한 방울 고이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콩나물은 어느 새 저렇게 자랐습니다.
물이 모두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
콩나물은 보이지 않은 사이에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물이 그냥 흘러 버린다고
헛수고를 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매일 콩나물에 물을 주는 일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물이 다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
헛수고인 줄만 알았는데,
저렇게 잘 자라고 있어요.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모두 다 흘러 버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매일 매일 거르지 않고 물을 주면,
콩나물처럼 무럭무럭 자라요.
보이지 않는 사이에 우리 아이가.
이어령 『천년을 만드는 엄마』 중에서...
"
선생님!
왜 해도 해도 안되는걸까요?
"
내가 몸담고 있는 숲속교실에는
고령자 학습자들도 계신다.
때로는 안된다고 속상해 하시기도 하고,
때로는 못따라 가서 미안해 하시기도 하고,
그때마다
콩나물 시루의 비유를 건네곤 한다.
시루에 콩나물을 키워보신 세대들이신지라
그래 그래^^
바로 수긍을 하신다.
처음에는 저장하는 것도 어려워 하셨는데
지금은 저장하는 것은 제 도움 없이도 할 수 있잖아요.
처음에는 파일을 불러오는 것도 어려워 하셨는데
지금은 폴더의 위치를 찾아서 불러오기도 잘 하시잖아요.
이제는 다운로드 업로드도 척척 하시잖아요.
교육은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 같은 것 같다는
작고하신 이어령 교수의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물을 주면 다 흘러 내리는 줄만 알았는데
콩나물은 자라고 있었다.
싹이 트지 않는다고
물 주기를 중단해 버렸더라면......
교육은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꾸준히 하는 것이다.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조선일보』『중앙일보』『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으로 편집을 이끌었다.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했으며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냈다.
대표 저서로 『지성에서 영성으로』『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흙 속에 저 바람 속에』『축소지향의 일본인』『생명이 자본이다』『젊음의 탄생』 등이 있고, 소설 『장군의 수염』『환각의 다리』와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냈으며, 희곡과 시나리오 「기적을 파는 백화점」「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사자와의 경주」 등을 집필했다.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금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2022년 2월 26일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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